코로나19가 바꾼 대학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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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 황채현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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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의 대학교는 졸업식·입학식·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학내 주요 행사를 자체적으로 취소한 것과 함께 개강 연기 및 원격 강의를 시행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비대면 강의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그간 전례가 없었던 만큼, 많은 학생 및 교수들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학가 풍경을 살펴봤다.

16일로 개강이 연기된 각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대체하기 위해 영상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6일 오후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김귀현 교수가 보건의료관리 교육과목 강의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출처=뉴스1)
6일 오후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김귀현 교수가 보건의료관리 교육과목 강의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자 가장 먼저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곳은 대학가였다. 교육부에서 파악한 전국 대학교 중국인 유학생의 규모가 약 7만명(2019년 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 기준)에 달한다는 점, 대학교 특성상 학생 수 50명 이상의 대형 강의가 많다는 점은 코로나19의 큰 위험 요인이 됐다.

대학생 및 학부모들의 걱정이 잇따르자 교육부에선 전국 대학에 개강 연기 및 개강 후 2주간 온라인 강의 대체를 권고했다. 이후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을 비롯해 각 지역 대학에선 당초 지난 2일이었던 개강일을 오는 16일로 연기했으며,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모든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황지현 씨는 “대학은 여러 나라의 유학생과 각 지역 학생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집단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강의 대체가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대학 강의실.

한편 현재까지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일부 대학에선 온라인 강의 대체 기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성균관대학교는 온라인 강의 대체 기간을 2주 더 연장해 오프라인 강의 수업을 오는 4월 6일부터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난 10일 서울여자대학교 측은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선 상황에 따라 강좌별 오프라인 수업을 시행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대학교의 수업 체계가 갑작스럽게 변화함에 따라 학생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개강 후 실시되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의 경우, 교수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오프라인 강의보다 수업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학에서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의 일부를 반환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학교의 개강 연기 및 개강 후 2주간 원격 강의 시행에 따라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실습 위주의 현장 중심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습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현장에서 교수들과 학생들 간의 즉각적인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북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채종일 씨는 “교수와 직접적인 소통이 필수인 실습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은 강의를 듣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실습 강의에 대한 대학 및 정부의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브리핑에서 “전국 대다수 대학들은 개강을 2주 연기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추가적인 학사운영 조정이 필요하다”며 “대학에서 준 의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등교수업, 집합수업을 하지 않고 원격수업, 과제물 활용 수업 등 재택수업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2020.3.3/뉴스1[/captio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대다수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한 가운데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교정이 텅 비어 있다.
(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학의 갑작스러운 온라인 강의 대체 시행에 따라 교수들 또한 곤혹을 느끼고 있다. 현재 교수들은 촬영 장비를 대학으로부터 대여하거나 사비로 직접 구비해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 경험이 없는 교수들의 경우 강의 준비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일부 교수들은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알 수 없어 온라인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북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컴퓨터 화면만으로 수업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의 이해도에 따라 강의 진도를 정하는 교수의 입장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대학가는 쓸쓸하면서도 학생과 교수 모두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의 선택은 결국 모두의 안전을 위한 방안이기에, 대학 구성원들의 이해와 격려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대학이 다시 활기와 웃음을 되찾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황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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